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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대소동

category 소소한 일상 2019. 7. 28.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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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소동이란 단어를 써본게 얼마만이던가?

그저 옛 지난 추억을 떠올리는 "대소동"이란 단어는 초등학생용 소설책에나 제목으로 등장하는 단어다.


감정이 메말라 버린건지, 이미 쉬어빠진 세상을 많이 알아버려서인지 대소동이란 한껏 즐거움이 뭍어나는 격앙된 사건은 초등학교나, 중학교때나 있었지. 지금은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지금은 대소동 보다는 큰사건 정도가 시끌시끌하게 터져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하여튼 오늘도 아무렇지 않게 토요일에 회사에 출근했어야 했기에, 지우를 본가에 맡겼다.

(본가는 우리집과 걸어서 10분 거리다.)

요놈을 맡겨놓고 나오면서 "아빠 회사간다. 빠빠이 해야지" 라고 했더니만 형이 틀어준 고양이 동영상 보느라 이미 정신을 놓은 상태다.


눈은 이미 고양이한테 뺐겼고, 오동통한 팔 한쪽을 나한테 할당했다.

흔들흔들..

엄마가 간다그랬으면 난리났을텐데,아빠는 역시 찬밥이다.


퇴근하고 집청소하고 느즈막히 8시반쯤 데리러 갔더니만, 역시 무한반복송을 부르면 잘 놀고 있다.

"곰세마리가 한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동쪽하늘에서도, 서쪽하늘 에서도 반짝반짝...그중에 한놈이 잘난척 하더니~징가~징가징가~"

오늘 어머니가 밖에 데리러 나가려 옷다 입혀놨는데, 현관가서 보니 신발이 없어서 못나갔다고 한다.

내가 안고 데려다 놨기에 신발을 안가져다가 놨다...


하루종일 집에 갖혀서 답답했을꺼라는 얘기를 하시길래, 겸사겸사 사당역 홈플러스에 갔다.

딱히 살게 없었기에 빙글빙글 돌다가 수박한통을 샀는데, 카트에 잘 앉아있던 지우가 계산대 앞에서 대성통곡을하기 시작했다.


"아이스구림...아이스구림..."

두개나 옆에 있는 계산대 앞에 놓여진 구슬아이스크림 냉장고를 봐버렸기 때문인데, 이놈이 얼마나 생떼를 쓰는지, 어머니와 나는 허탈함에 웃고 있고, 오히려 뒤에 있던 아주머니가 달래주려고 애를 쓰셨다.



하여간 얼른 계산을하고 계산대를 나와서 있는 그 앞에 있는 공룡 오락기를 보여주면 주의를 돌렸더니만 완전히 오락기에 정신을 팔아 버렸다.

일단 의자에 바둥바둥 올라가서 버튼을 두들기는데, 가자는 말을 귓등으로도 안듣는다.


억지로 의자에서 끌어 올렸더니만 정말 무슨 갓 잡은 광어처럼 다리를 파닥대는데, 뒤에 있던 아저씨가 정말 대놓고 낄낄 웃는다.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다.


싱싱하게 퍼덕대는 지우를 안고 급하게 주차장에 내려와 차안에 밀어 넣고 출발했다.

오락기 기억하기 전에 빨리 다른데로 정신을 돌려야 하는데, 아이들은 참 여기저기 집중을 잘한다.

차에 타고 얼마되지 않아  피곤했는지 어머니옆에서 연신 하품을 해댄다.


집에와서는 지우를 집에 올려다 놓고 수박을 가지러 다시 차에 왔는데, 트렁크에 수박이 없다.

분명...

실은 기억이 없다..

있는게 아니고 없다...

만 육천원 짜리 씨없는 수박을 카트에서 차로 옴긴 기억이 없다...


허허허.

어허허허...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해서 집에 가고 계신 어머니께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빨리 찾으러 가자신다.

"응??" 나는 그냥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한 20분도 더 넘게 지난거 같은데..


여하튼 얼른 차를 다시 몰고 다시 마트 주차장에 가보니 차마 수박을 차에 옴기지 못한 카트가 그 자리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카트가 감정이 있었다면야 얼마나 황당했을꼬...


이미 40분정도 지난 시간이었는데, 아무래도 요새 세상이 무서워 함부로 가져가지는 못하는것 같다는 얘기를 어머니와 주고 받았다.

CCTV로 찾아보면 누가 가져갔는지 바로 들어나기도하고, 만육천원에 졸지에 절도범이 될수 있는 상황이니 세상참..좋아졌다는 표현이 맞을지, 무서워졌다고 하는게 맞을지..


어머니가 집에 들어가시면서 "귀한 수박이니 맛있게 먹어라" 라고 말씀하시고는 가셨다.

첫 사진이 그 수박 반통을 썰어서 담아놓은건데, 귀해서 맛있는건지, 원래 이맘때 수박이 맛있는건지, 여하튼 세상 살다보니, 참 별일이 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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