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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category 취미/책 이야기 2018. 9. 2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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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없이 서고에 갔습니다.

이런저런 책을 한참을 기웃거리다가 뽑은 책입니다.

서가에서 가지런히 꼽힌 책들은 제목 몇글자만 보일듯, 표지도, 뒤면도 보이지 않아 독자의 선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번에도 언급했었지만, 제목은 그만큼 중요한 요소인것 같네요.


책 제목만 보면 "웬만해서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란 드라마가 생각났습니다.

막장같은 시트콤 이었는데, 사실 책을 빌리면서 그런 코믹요소를 기대했었습니다.


예상을 시원하게 빗나가기라도 한듯,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뭐...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1/3쯤 읽었을때 목이 탁탁 막혀오는듯한 스토리 전개로 목이 메이더군요.

목이 메이는건, 감동적이라는게 아니라, 고구마를 먹는듯한 전개방식 때문인것 같습니다.


수십개의 단편으로 이루워진 이 소설은 정말 짤막한 한토막씩의 글귀를 담고 있습니다.

두세페이지의 짧막한 글속엔 무언가 궁금증을 자아낼 만한 사건이 하나씩 터지는데, 이 사건이 터지면서 단편이 끝이 납니다.

다시 새로운 소제목, 새로운 배경의 단편이 시작되면서, 전개는 있는데, 그 다음이 없습니다.


무언가 흥미진진한 일이 일어날것 같은데, 뒷수습이 안되고 단편이 끝나는거죠...

헌데..

책의 중간쯤을 지나고 나니 이런 방식이 꽤 익숙해 집니다.

보통의 책들이 사건이 터지고 이를 수습하면서 발생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그린다면, 이 책은 사건이 터지면서 끝납니다.


희안한건 지하철에서 서서 쪽대본 읽듯이 20분동안 홀딱 빠졌다는겁니다.

사건이 이제 시작되었으나, 갑자기 끝나면서 다른 소설이 시작되는데도, 몰입해서 읽게 되네요.

어느순간 지하철에서 피식! 하고 나도 모르게 웃음짓는 소설입니다.


주제는 나 또는 내 주위에서 발생하는 흔한 사람들간의 관계, 가족간의 관계를 그립니다.

그리고, 일어나는 사건들이 내 앞집의 이야기, 내 친구의 이야기라 격하게 공감하면서도 우울하기도 합니다.

나에게 한꺼번에 다 읽어나는 상황은 아니지만, 각 한편 한편들이 내 친척의 이야기, 내 친구의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머릿말보다 먼저 써있는 한 문장이 있습니다.


어쩐지 자신이 원고지가 아닌 삶 속에서 소설을 쓰고 있는 기분이었다네.


책 괜찮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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