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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category 취미/책 이야기 2018. 12. 2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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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겠습니다"로 유명한 이나가키 에미코의 책이다.

이 사람은 회사도 그만 뒀지만 가전제품을 싹다 치워버리고 자연인의 삶을 살아간다.


물론 "회사를 그만두고 돈없이 어떻게 살지?" 라는 타인에 대한 걱정은 금물이다.

이 누님이 쓴 책은 베스트 셀러로 한참 팔려나갔으니,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각설하고, 이 책은 버리는것에 대한 글이다.

원전사고로 인하여 전기를 아끼겠다는 생각에서 가전제품 버리기를 시작한 그녀는 우리가 필수품이라고 생각하는 냉장고, 세탁기도 버린다.

정말 청소기, 전자레인지, 밥솥등..싸그리 다 버린다.

그리고 그에 대한 그녀만의 해결책들을 제시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해결책이란게 어이가 없다...

  • 불편함을 인내하기

  • 극도로 일을 줄여서 손수 일하기

  • 청소하고 간단하게 요리하는등사는것에 행복해 하기.

  • 전등안켜고 어둠에 익숙해 질때까지 기다리기...


그래서 중간쯤 읽었을때는 "이게 무슨 찌질함인가.." 싶다.
아이러닉 하게도 이사람의 전기사용을 줄이는 부분에는 너무나 큰 모순이 있다.

나는 전기를 안쓸 지언정 주변에서는 써야 한다는거다.
예를들어 전기 온수기(보일러)를 쓰지않기 위해 목욕탕엘 간다.

즉 모두가 전기를 줄이는 방법이 아니라 본인이 전기를 쓰지않는 방법을 나열하고 있다.

사실..이쯤에서 책을 반납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시사하는점은 독자의 삶을 한번 돌아봐주게 해준다.
  • 냉장고가 있었기에 더 많은 음식을 사게되었다. -> 못먹으면 냉장고에 넣으면 된다는 당연한 생각들
  • 한번 입은 옷은 세탁기로 빤다 -> 세탁기가 없었더라도 그랬을까..
사람들이 사는데 편하기 위해 가전제품을 만들었지만 정작 가전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오히려 사람들이 더 큰 노동에 빠지고 있기도 하다.
업체들은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하게 불필요 하더라도 자꾸만 사게 만든다.

이 책이 정말 읽어볼만한 이유는 딱 하나다.
"내가 가전을 버리고 전기 없이도 행복한 미니멀한 삶을 살고 있다. 너도 할수 있다!!" 라는 메시지가 없다.

난 이런말을 경멸한다.
"내가 담배를 끊었으니 여러분도 할수 있다"
"내가 살을 뺐으니, 너도 할수 있다."

이런건 니가 한다고 하는게 아니다.
내가 스스로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을때 하는거다.

하여간 이런 뉘앙스가 없기 때문에 한번정도 읽어보긴 괜찮다.

이 누님이 전기를 안쓰기 위해 대처한 방법을 보는게 아니라, 나 역시도 "나에게도 정말 필요한것들만이 있는건가?, 불필요하게 가진것은 없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나 역시 늘어난 가전도 있지만 없애버린 가전과 가구도 많다.
티비를 없애고 나니, 티비 볼일이 없어졌다.
희안하게도 티비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없어진 대로 아무렇지 않게 살만 하다.

쇼파를 없애고 나서는 바닥에 앉는다.
쇼파보다야 불편하지만, 그런데로 딱히 쇼파가 필요하지도 않은것 같다.

매 이사때도 끌어안고 다니던 두개의 책장과 책을 반년전에 미련없이 버렸다.
지금은 그 책장에 무슨 책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난 솔직히 티비에서 나오는 "나는 자연인이다" 처럼 혼자서 살고 싶다.
거진 40년을 살아보니, 공부보다도, 돈을 버는것 보다도, 사람과 관계를 맺는일이 제일 어렵고 힘든일이다.

그땐 나도 책한권 내보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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