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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은 정확하게 잠을 못드는 아이다.

17개월 동안, 몸무게는 11kg가 넘어가는 동안 안고 둥가둥가를 해야만 잠이 든다.

그래서 매일 밤이 전쟁이다.


목표는 저녁 9시 재우기 인데, 10시가 넘어가는건 예사요 밤 12시까지 아이와 씨름하다가 부모도, 아이도 지쳐서 잠이 든다.

그리고 다음날 밤에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잠이들면 잘 자는데, "레드썬!"이 안된다.

따라서 아이가 졸릴때는 일단 칭얼대기 시작하고, 엄마한테 치대기 시작하며, 안아달라고 온몸으로 표현하고 20~30분정도 안고 흔들어 주면 잔다.

사실 이건 운이 좋을때 얘기고 부모 욕심으로 9시쯤 재우려고 한다면 결국 2시간은 애와 씨름하다가 둘다 지쳐 나가 떨어진다.


여기저기 많이 찾아보고, 전문가들이 마치 윈슬로 아줌마의 마법 시럽인양 써 내려간 육아책도 (전부는 아니지만) 해당 부분 읽어보고 했지만, 산은 산이요. 책은 책이다.

보편적인 평균값을 가지고 솔루션을 적어논 책은 그야 말로 보편적인 평균의 아이를 위한 해결책이 적혀있다.

애들 성향에 따라 그냥 알아서 누워서 잘 자는 애기도 있는반면, 까칠하고 예민하여 무슨짓을 해도 안되는 애기도 있다.

말 그대로, 적어도 내 아이는 아니다.


블로그를 뒤져보면 잠을 못이뤄서 부모를 힘들게 하는 애기들에 대한 나름의 솔루션이 적혀있다. 하지만 이것도 타켓이 돌 정도의 애기들 얘기고, 18개월을 향해 달리는, 단어를 나열할줄 알며, 원하는 바를 요구할줄 아는 애는 아니다.

그리고 돌때의 몸무게라면, 얼루고 달래서 안고 재웠던 지난 1년동안은 힘들었겠지만 내 경우라면 그냥 안아서 재울수도 있다. 그때는 그럴수도 있다는 얘기다.

애들의 잠버릇도 점점 좋아지지만 내 애는 조금 더딘거라고 생각하면 되므로..


"애들은 손타면 안된다."

"너무 안아줘 버릇해서 그렇다."

"쯧쯧, 잠버릇을 잘못 들였네.."

라고 나를 질타 할 사람도 분명히 있다.


미루어 보건데 저것 역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내 애라서가 특별한게 아니라 우리애는 기질이 좀 유별나다.


막 낳고 나서 조리원에 들어가 있을때도 우리애는 유독 잠을 못잤다.

내려놓으면 울고, 내려놓으면 울고..

그러면 신생아실의 다른 애들한테도 민폐이므로 우리 애는 항상 신생아실 안에 관리하시는 분들 손에 안겨 있었다..


지랄맞은 성격을 가져서 정말 키우기 힘들었다는 나와 형을 기르신 우리 어머니도 "얘는 잠드는걸 너무 힘들어 한다. 기질이 그렇다."를 인정 하셨고, 조리원 나와서 몇주동안 애를 봐주신 장모님 또한 "너를 잠못드는 애로 인정하노라~"라고 명하셨다..


참고로 내가 지금까지 시도했던 방법은 이렇다.

    애를 격렬하게 굴려서 피곤하게 만들어라 그럼 꿀잠을 잔다.

    • 자기전에 신나게 놀아주니 밤 12시가 넘어가도 잠을 안잔다..계속 흥분된 상태이다. 이미 다리가 풀려서 이리저리 주저 않지만 뇌는 최고로 각성되어 자기 전에는 절대 하지말아야 할 방법이다.

    자기 전에는 조용히 책을 읽어주고,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 애들의 집중력은 한계가 있다. 책을 읽어주는것도 얼마 할수 없고, 책을 읽어주면서 차분해지고, 그럼 자야 하는데 그건 그런 애들 이야기다.
    • 그런 애들은 책을 안읽어줘도 알아서 자는 애들이다.

    낮잠을 줄여라

    • 기존에는 낮잠을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자던걸 한번으로 줄였다. (물론 애들이 커가면서 자는 시간과 횟수는 줄어든다.)
    • 보통 오후1시에 재워서 3시간정도 재운다.
    • 하지만 이 방법은 저녁 7시쯤에 애가 다시 졸려한다는게 문제다.
    • 이때 재우면 반드시 저녁9~10시쯤에 깨서 완전 망한 상태가 된다..이런날은 새벽까지 놀다가 잠이 든다.
    • 그렇다고 이때 못자게 놔두고 시간을 끌면서 9시 정도에 재우려고 하면, 이미 잠이 다 깬상태라 또다시 애와 씨름이 시작된다.

매일 밤마다 안고 재우는 와이프는 허리와 발목이 나갔고, 최근 몇일 내가 안고 재웠다고 나는 어깨가 나갈것 같다.
그래서..
어제..눈 딱감고, 안아주지 않았다.

1시간넘게 목이 터져라 울었고, 중간에는 자기분에 못이겨 저녁먹은것도 토하고 또 울었다.
와이프는 왜 너를 안아줄수 없는지 반복해서 설명했다.

물론 17개월짜리가 "아 예..제가 미쳐 부모님 팔다리가 나가 떨어진줄 몰랐습니다. 그간 고생하셨습니다. 소자를 용서 하십시요"라고 할리 없다.
가지고 있는 힘을 모두 모아 혈압이 뻗치도록 끌어 올려서, 성대가 갈리도록 악을 쓰면서 운다.

애들도 울면 목도 마르고 힘도 든다.
잠깐식은 얼루고 달래며 물도 먹이고 토한것도 치워가면 한시간을 버텨 내니 결국 이불위에 앉아있던 엄마품에 오더니 30초만에 기절했다.

그리고 오늘, 왜 안고 재워줄수 없는지 어제 설명했던걸 다시 묻고, 설명하고를 반복하고 나서 누워서 동요를 부르며 토닥토닥 잠이 들었다.

이글을 쓰면서도..
"이건 기적이다" 싶다.

오늘은 넘어갔지만, 사실 내일밤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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