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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맑은날

category 소소한 일상/삶의 이야기 2019. 7. 21.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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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한철 내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더니만 간만에 맑은 날을 만났다.


구름 한가득 우중충하기는 했지만 얼마나 멀리 보이던지. 한줄기 비가 청명한 공기를 만들어 놓은 하늘이다.

청명하다는 말은 보통 가을에 쓰긴 하지만, 후텁지근한 날씨에 4호선안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의 쬐면서 본 풍경이니, 그리 느낄만도 하다.


작년 가을 하늘이 이리 청명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작년가을에 하늘볼 시간이 있었나 싶기도 한다.

내가 참 열심히 사는 사람이긴 한데, 이 회사 오고 나서는 근 2년반의 시간을 자의반 타의반 옆을 돌아볼 시간조차 없이 내 달리는듯 했다.


이러다 과로사 하는건 아닌지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를 주마등 처럼 보내고 있는걸 보면, 장수는 못할지도 모르겠다란 생각도 들고, 토막 토막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하는 시간들이 오롯이 이런 잡념들 뿐이다.


하루에 두번을 오가는 동작대교가 너무나 깨끗하여, 사진을 찍으면서 반대편 63빌딩을 찍어야 한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으나, 혹시라도 오해받을까봐 찍지 못했다.


"지하철안에서 찰각대는 이상한놈?" 또는

"한강이 새삼 신기한 넌 어디 촌놈?"


하기사 다들 귀에 허연 콩나물을 꼽고 손바닥을 쳐다보느라 정신들이 빠져 있지만, 그래도 오해살만한 짓은 하지 않는게 상책이다.


사진을 찍더라도 동작대교를 지날때 뿐이요.

서울에서 태어나고 40년 가까이 살았던 서울 토박이요.

라고 등에 써붙일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이 감정을 고스란이 한 토막 글로 담아야지 했지만, 사실 이렇게 몇줄 남기기까지는 적지 않은 정성이 필요하다.


쉼없이 돌아가는 시간을 망각하고 있는게 좋은건지, 그 시간시간을 자각하고 느끼며 즐기는게 좋은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저 난 나의 시간을 살았을 뿐인데, 나 아닌 다른 사람은 좀더 빨리 달리고, 또 다른 사람은 더 느긋하게 걷는다.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성인은 못되겠다 싶기도 하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요동치는 시대에 공자가 살았다면 그도 마흔에 불혹이란 말을 할수 있었을까?

아니지, 오히려 전쟁과 무도덕함으로 쉽게 죽이고 죽었던 그 시대가 더 살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7월 20일 오전 9시반의 동작대교의 모습이다.

사진 그대로,

이날 하루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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