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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이 없는 하루

category 소소한 일상/삶의 이야기 2021. 6. 1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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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y by unsplash

오전에 애들 어린이집을 데려다주기 위해 같이 와이프 차를 탔다가 중간에 출근을 위해 지하철역에 내렸더니만 핸드폰이 없다.

허..

다행이 지갑은 있어서 지하철은 탈수 있으나, 하루종일 핸드폰없이 움직여야 하는데 가능할지??에 대한 생각이 들면서, 한 2초정도 "재택할까?"를 망설이고는 그냥 지하철을 탔다.

뭐 가는길엔 책보면 되니깐.

동작대교 지나면서 한강도 한번 보고, 출근은 그냥저냥 지나갔는데, 막상 회사에 오니 회사 클라우드에 접속 불가..

인증을 핸드폰으로 해야 하는데 없으니..일단 클라우드 접속은 포기..ㅋㅋㅋ

메일은 내일 몰아서 보면 되고, 이제 코드 리뷰를 해야되겠네는데...사이트 접속을 위한 SMS 인증을 못하네...

허..

핸드폰 같은거 하루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미쳐 눈치채지 못한 문제점들이 속속 발각되고...

UX 수정사항이 있어 메신저로 얘기하다가 이해가 안가서 "전화 드려도 될까요?"를 시전했는데 그러고 보니 전화가 없네.;;;

일단 시료폰으로 통화함..

다행이 카톡은 PC로 해결 했으나 핸드폰이 없으니 삶의 일부에서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려고 했던 주식이 확 올라버린건 아닐지 걱정도 들고 (실제로 올라버렸다ㅠ.ㅠ) 카톡 이외의 다른 메시지들이 온건 아닐지 불안불안 하기만한 하루가 되었다.

지하철을 탈때만 해도, 핸드폰에서 하루정도는 해방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어쩌면 내 가족보다 더 오랜시간을 보내고, 더 많이 바라보고, 더 많이 대화하는 상대가 되어버렸다는걸 새삼스레 깨닭은 하루.

가끔 생각한다.

산속에 들어가 혼자 살면 속세의 번민따위는 다 잊고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지 않을까? 라던가, 다 내려 두고, 책 한 보따리 짊어지고 절에 들어가서 딱 두달만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죽기전에 해야할 버킷 리스트중 하나를 지금 실현하고 싶다 등등..

삶의 끝까지 나열된 징검다리를 총총 건너는것 처럼, 가끔은 거리가 먼 발판돌에 휘청이기도 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비틀거리다 운동화 한쪽이 젖는게 싫어서 날카롭게 긴장하고 사는게 아니라, 내 스스로 바짓가랑이 걷고 넓찍한 돌 위에 앉아 탁족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 핸드폰이 없었음에도 그 여유가 얼마나 필요한지, 그리고 얼마나 얻기 어려운지를 절감했지만.

딱 10년전까지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핸드폰이란 족쇄는 어느새 족쇄인지 인식하지 못할만큼 몸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막상 오늘은 핸드폰을 가지고 왔는데, 이거 가지고도 할게 없는거 보면 참...무료한 일상이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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