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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2022년이 몇시간 남지 않았다. 일기를 쓰지는 않지만, 마지막 날이기에 한해를 정리하는 한 귀절은 적어야 겠다는 생각에 노트북을 열었다.

오늘 우연히 카톡 친구리스트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한명씩 훑어봤다. 사실 오늘까지만 사용가능한 영화 예매권을 누구에게 주기 위함인데, 그러다 보니 카톡 리스트를 전부 지나쳐 보는 계기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리스트의 절반은 이미 모르는 사람이며, 누구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번호가 바껴서 들어온 이상한 사람, 알았던거 같은데 말해본지 5년이 넘은 사람, 이미 연이 끊어진 사람등등,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인간관계가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그저 친구 리스트에서 지워야할 당위성 조차 찾지 못한 사람들이다.

요새 유튜브에 한창 추천되어 올라오는 김창욱 강사가 했던 얘기중에 "만날때는 즐겁지만, 헤어지고 나서 즐겁지 않는 사람은 손절해야 한다"라는 말이 참 와 닿았는데,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그런 지인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 친구, 동료보다는 가족으로의 소속감이 더 강해지는 시기이기에. 

최근 몇년간 연락이나 모임을 안했던 지인들 중에는 영원히 인생을 즐기며 살줄 알았던 사람들의 프로필이 애기 사진으로 바뀌어 있는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한편으론, "그래..이제 너네도 인생이 쉽지 않겠구나.."란 나도 모를 미소와 희열이? 표정에 뭍어 났는지도 모르겠다.

지인들의 변해가는 모습으로 잠깐이나 즐거운 시간이었던듯 하다.

자..그래서 나는 2022년을 어떻게 살았는가?

올 한해는 객관적으로 나를 평가하자면 낙제에 가깝다. 매년 후회하고 다짐하지만 올해 역시 똑같이 좋은 아빠가 아니였고, 애들한테 화내고 못마땅했던적이 많았다. 어른의 기준으로 아이에게 하는 기대 때문임을 알면서도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년에는 더 좋은 아빠가 되겠다라는 삼일짜리 다짐은 안하기로 했다. 

다만 올 초에 비해 첫째의 마음씀씀이가 달라졌고 부모의 마음을 조금을 헤아리는듯한 대견함을 느꼈기에, 자상한 아빠나, 소리를 안지르겠다 같은 일차원적인 목표가 아닌, 아이들이 마음을 알아주고, 나 또한 애들은 더욱더 사랑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항상 지니기로 했다. 글로 남기는거야 또 금새 잊을수 있지만, 아이들이 먼저 사랑을 주기에 다시 상기할 수 있을것 같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이 나보다 낫다.

외적으로도 크게 발전이 없었던 한해였다.

죽을만큼 노력하지도 않았고, 무언가에 책임질 일을 맡지도 않았다. 작년과는 반대로 이번에는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리더도 하지 않았고 그 프로젝트가 잘 끌고 갈수 있는 팀원이 되고자 했었다. 시니어라고 해서 그 자리에 눌러 앉으면 주니어들에게 기회를 주지 못하는건 아닐지에 대한 연초의 고민이 있었다. 작년에 일이 힘들기도 했고.

하지만 결론적으로 뒷방에 앉아 관망하는 팀원이 되어 버렸고, 그마저 타의에 의해서 프로젝트들이 계속 주저 앉으며, 오늘같은 마지막에 돌아보면 정말 한게 없다라는 평가밖에 줄수 없는 한해가 되었다.

다만, 내년에는 책임질수있는 일을하고, 그에 합당한 성과를 받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얼마나 직장생활을 더 할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점점 다가오지만, 내년 한해는 직장인으로써의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갈때까지 가봐야 정리할때 후회가 없겠지란 고민을 최근에 심각하게 했었다.

그렇다면 내년 계획은 무엇인가?

이제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얼마나 더 달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았지만 적어도 회사원이 된 10년 남짓한 시간동안은 매년 똑같거나, 미미한 성장이 있었을뿐 획기적이고 드라마틱한 변화를 결정을 하지는 못했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겠다라기 보다는 그 이후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올 한해는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와 경제에 귀 기울이고, 전공 이외의 무지함을 벗어나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무언가 정리하고자 시작했던 글인데, 오히려 쓰면서 내년 목표를 정하는듯 하다. 30분동안 일년 계획을 뚝딱 정하는것도 무리가 있지만, 막연하고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그리고 1월1일부터 천지가 개벽하고, 세상이 다시 시작하는게 아니니까, 육아든, 인간관계든, 앞으로의 미래설계든 고민을 많이 하는 한해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그래도 일년동안 잘했다. 수고했다. 그리고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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