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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개발자가 안 된다고 말했다

category 취미/책 이야기 2023. 4. 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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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을 읽고도 후기를 남기지는 않는 편인데, 이 책은 내용이 간결하고 제목이 매력적인터라 간단히 감상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이전에 읽은 책들은 경제 지식서라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터라....ㅎㅎ 하지만 이 책은 오히려 정리할 게 없다 보니 감상평을 남기기에는 좋은 것 같습니다.

 

사실 작년에 우연히 인터파크 서적 카테고리를 뒤지다가 발견한 책입니다. 제목이 너무도 흥미로워서 읽고 기획자가 아닌 개발자의 입장에서 무슨 내용일지 매우 궁금했던 책이기에 회사 도서관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는데, 문득 검색해 보니 회사 서고에 있기에 대출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기획자들한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아닐까 하여 더욱더 공감을 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책은 기획자 한 명, 디자이너 한 명으로 총 두 명의 저자가 작성했습니다. 따라서 책 절반은 기획자의 시선, 절반은 디자이너의 시선에서 쓰여졌습니다. 그리고 시작점부터 둘 다 "원래는 전공자가 아니었다. 부딪히며 겪은 일을 정리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즉 기획서를 잘쓰는 방법이라든가, 디자인을 잘하는 방법에 대한 책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기획자가 계획한 일들을, 디자이너가 그리고 싶은 그림들을 어떻게 개발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습니다.

기획 비스므레한 일을 하는 제 친구가 술자리에서 일얘기가 나오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요고 쪼금 고쳐달라면, 여길 고치면 어디어디가 영향을 받고 어디를 수정해야 되고 실제로는 영향범위가 너무 커서 안 된다라고 개발자가 그런다"

"기획회의를 하면서 이런이런 기능을 넣어달라는 요청을 하면 개발자가 머릿속에 구조를 다 그려놓고 와서는 이래서 안된다 / 저래서 안된다라고 자른다. 미리 머릿속에 구조 다 그려 넣고 와서는 기획회의에서 왜 지가 된다 안된다를 결정하는 거냐."

"개발자 놈들 맨날 안된다고 하고 노는 거 같아서 스크럼에 이놈들 뭐하는지 나도 들어가 본다."

하소연 같으면서도 이미 불만과 불신에 가득한 소리들을 뱉어 냅니다. 사실 듣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저 역시 기획회의에 들어가서 요청사항들이 나오면 어떻게 구현하고 전체적인 구조를 잡을지 그리면서 A란 기능을 넣었을 때 해당 구조 안에서 어떻게 구현할지, 그다음 B 기능을 넣어달라고 했을 때 A기능에는 문제가 없을지에 대한 로직들이 데굴데굴 굴러갑니다.

개발자의 입장에서 보면 구현이 어려운 것들은 자르러 회의에 들어가는 것도 맞습니다. 사실 잘라지는 요청사항은 "구현을 못하는 기능보다는 구현에 들어가는 공수에 비해 정말 필요하고 많이 쓰는 기능인가?"를 개발자 스스로 납득하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도서관 서고에는 책이 순서대로 분류되어 찾기 쉽게 정리되어 책장에 꽂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자주 보는 책이니까 문 앞에다가 꽂아줘요"란 요청사항 같이 작아 보이지만 책 분류 시스템 자체를 흔드는 작업들이라면 작은 요청사항이 아닌 게 됩니다.

다시 책 예기로 들어가면 기획과 개발자 간의 협업에 대한 내용들은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다만 나머지 절반은 신입 디자이너가 알아야 하는 기본 개념, 디자인을 시작하는 방법 같은 것들이 위주로 쓰여있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런 내용을 보려고 이 책을 본 게 아닌데..라는 느낌.)

절반정도는 재밌습니다.

그리고 1~2년 차 기획가 읽으면 좋을 것 같은 내용입니다.

개발자가 읽어도 괜찮습니다. "난 어떤 부류의 개발자 인가?"를 한번 더 돌아보게 됩니다. ㅎㅎ

제목만큼 흥미진진하지는 않았지만 출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오가면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저는 적당한 추천을 해 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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