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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category 취미/책 이야기 2023. 7. 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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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의 목표가 한 달에 한 권 책 읽기였는데, 읽어보니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가 쉽지 않다. 
핑계일 수도 있지만 주로 출근 때만 지하철에서 읽고, 집에서나 퇴근길에는 읽지 않으니(퇴근길엔 유튜브 보면서 힐링을..) 한 달에 책 한 권 보기가 힘들 만도 하다. 사실 이전 책인 "오늘도 개발자가 안된다고 말했다"사이에 읽다 만 책이 두권이나 있는데, 못 읽은 사유는 이러하다.
"데미안" 누구나 알만한 헤르만헤세의 책인데, 나이 사십이 넘도록 읽지 않았다는게 조금은 부끄러웠는지, 이 책을 회사에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책이 오고 나서 빌렸는데, 나름 회사 서고에 들어온 신책이라고 나에게 주어진 기간은 단 2주였다. 그래.. 2주 동안 이걸 다 읽을 수 있을 리가 없다. 2/3 정도 읽었을 때쯤 책을 반납했는데, 다시 빌리려니... 대기가 여섯 명이었나.. 그래서 포기.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작가(본인의 티비 방송에서 현재 직업은 작가라고 했었다.)가 쓴 글인데, 이 책 또한 매우 유명한 책이다. 그런데, 뭐랄까.. 나와 너무 성향차이가 다르다고나 할까? 법대생에게 오일러 상수에 대한 기원과 유래에 대해서 설명하는듯한 기분이 들었던 이 책은 너무 관심사 밖의 영역이라 60페이지까지 읽고 바로 포기했었 더랬다.
그러다 보니 한달정도 책을 안 읽다가 집어 들은 책이 바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이 책은 다행히 집에 굴러다니는 책이라 기간에 제한 없이 (주제도 와닿았다고나 할까?) 읽다 보니 블로그에 독후감! 까지 올라오게 되는 책이 되었다.
책 얘기를 해보면, 쉽게 읽을수 있고, 공감할 수 있고, 그 공감에 대한 반감을 느낄 수도 있는 책이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상황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비켜보면 또 다르게 보이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재미를 주는 책이다. 그러면서 공감을 유도하기도 하고..
이 작가가 대단한건 시종일관 "일하기 싫다", "하고 싶은 거 하고 살고 싶다", "나를 (나 스스로도) 너무 옥죄지 말자"라는 단일한 주제로 책 한 권을 채웠다는 점이다. 읽고 격하게 공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한심하다"라고 단칼에 자를 수 있는 혹평을 줄수도 있지만 그보다 "아니 이 주제로 한 권을 채웠단 말인가? 글솜씨가 대단하네!"라고 호평을 남기고 싶다.
시시콜콜한 에세이든, 고도의 심리전에 복잡 미묘한 감정을 그린 추리소설이든, 다 공감하고 배울게 있다. 책을 읽으면 보통 한 가지 정도의 구절은 기억에 남기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책 한 권 읽고, 한 줄 정도는 남는다.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이 책에서 남기기로 한 구절이다. 내가 하던일에, 살아가는 방식 또한 아닌 길을 가고 있다는 판단이 서면 거기서 멈추고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마치 주식의 눈물의 손절매처럼..
"이 회사를 들어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 일은 하기 싫다"라는 생각이 들면 이를 끊어내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작가는 퇴사를 하고 욜로를 즐긴다고...
포기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쉽지 않다.
어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십 가지나 된다. "일이 바빠서", "육아를 해야 해서", "돈이 많이 들어서" 어떠한 이유든 이를 극복해 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에겐 어떤 용기가 필요한지 머리를 부여잡고 번뇌 중이다.
머리가 욱신거리는 책만 보다가 오래간만에 설렁설렁 읽을 수 있는 책을 봤다. 오늘 책을 마감하고 작가에 대해서 찾아보니 새책이 나왔다. 일 안 하고 놀면서 빈둥빈둥 살 것처럼 얘기하더니만 고사이 꼬박꼬박 책은 썼나 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 같으니라고..
일단 회사에 또 희망서적으로 올려놨으니 서너 주 후엔 서고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다행히 이번에는 다음책으로 재미있는 책을 골라 놨다. 그 책도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읽고 포스팅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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