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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category 취미/책 이야기 2023. 7. 2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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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서 우연히 책 얘기가 나왔습니다. 요새 이런저런책을 읽고 있다란 얘기를 하던 도중에 책 한권을 선물받았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지금의 제 상황과 비슷한거 같다며 선물받은 책입니다.

철학적 내용이 있으니, 이런 내용을 좋아하냐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물어봤었는데,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배웠던 철학자 몇명 정도 알고 있는 지식수준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뭔가 재미있을것 같았습니다.
여튼 책은 얇고 가볍습니다만, 그렇지 않았다면 절대 끝까지 못읽었을책 입니다.

각설하고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자기착취 입니다. 면역체계가 동작하는 정반합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긍정적인 메시지로 성과주의 사회로 내던져진 현대인들이 얼마나 피폐해져가는지에 대한 주장입니다.
"넌 할수 없어" 라는 부정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넌 더 잘할 수 있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입시킴에 따라 오히려 정해진 한계가 없는 성과를 위해 달려나가면서 자기가 스스로를 착취하는 성과주의를 비판합니다.

자기 자신을 계속 사지로 내몰면서 한계없는 성과로 내몰리고, 과거에는 없었던 우울증이란 질병이 이런 자신과의 경쟁에서 도태되면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라는 얘기도 합니다.

아마도 반년넘게 야근을 달리고 있는 제 상황과도 얼추 맞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추천해준거겠죠?

이 책에서의 제 원픽은 아래 구문입니다.

우울한 인간은 노동하는 동물로서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물론 타자의 강요없이 자발적으로. 그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다...(중략), 우울증은 성과주체가 더이상 할 수 있을 수 없을 때 발발한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일과 능력의 피로이다.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우울한 개인의 한탄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중략)..성과주체는 노동을 가용하거나 심지어 착취하는 외적이 지배기구에서 자유롭다. 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자 주권자이다. (중략).. 그 점에서 성과주체는 복종적 주체와 구별된다. 그러나 지배기구의 소멸은 자유로 이어지지 않는다. 소멸의 결과는 자유와 강제가 일치하는 상태이다. 그리하여 성과주체는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강제하는 자유 또는 자유로운 강제에 몸을 맡긴다. 과다한 노동과 성과는 자기 착취로까지 치닫는다. 자기 착취는 자유롭다는 느낌을 동반하기 떄문에 타자의 착취보다 더 호율적이다. 착취자는 동시에 피착취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다.

책이 참 어렵습니다. 읽는 내용이 뇌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안구에서 바로 반사된달까... 그래서 두번이나 봤는데, 책이 얇지 않았다면 바로 포기했을듯 하네요.
두번 읽으니 그래도 어느정도는 이해가 갑니다. 
이 책은 마치 졸업논문 같습니다. "너 이 분야 잘 알지? 일단 네가 기존 이론은 빠삭하게 안다고  생각할께. 자..이제 그 이론위에 내가 무슨짓을 했는지 얘기해 줄께"란 느낌 입니다.
공대생한테는 이 책에서 인용되는 여러 철학자와 여타 다른 책속의 한토막 이야기는 "너 이 정도의 책들은 다 읽었지?" 라고 얘기하는듯 합니다.

게다가 저자는 한국인이지만 독일로 건너가 철학을 공부하고 교수가 되었고, 책 역시 독일어로 써졌습니다. 그 책을 또 다른 한국 교수님이 번역한 글입니다. 어려울수 밖에 없습니다.

읽기가 어렵긴 했지만 내가 사는 모습을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과연 나는 잘 살고 있는건지, 무조건 열심히 산다는게 누구를 위한 삶인지.. 그 삶에서 도태될때 나는 버틸수 있을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네요.

책이 어렵습니다. 대신 120페이지정도밖에 안되는 짧은 책입니다.
도전해 볼만한 책이고, 내 삶의 태도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어려운 내용을 읽었다는 뿌듯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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