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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category 취미/책 이야기 2024. 2. 5.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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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들어 채사장의 책을 많이 읽고 있다. 무슨 시리즈 마냥, 이 사람이 쓴 책은 하나씩 하나씩 이어가면 읽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지대얕처럼 다양한 지식들을 가볍게, 또는 살짝은 무겁게 다루기 때문이다. 
단순히 내가 모르는 세계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것들에 대해 감탄한다.
자아에 대한 세계, 삶에 대한 고찰, 사회에 대한 고민등, 심도있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게 아니라, 그런 고민을 해야 하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온 나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가이드 같은 책이다.
좀 거창하게 소개하기는 했지만 나와는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에게서 느끼는 막연한 동경 같은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 글을 읽을 때마다 호기심과 새로움에 이 저자의 책을 계속 찾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열심히 살아도 괜찮은가?"라는 짧은 파트였다.
한 15년쯤 전인가... 전자공학과를 나온 선배 한 명이 공무원 장수생이 되었을 때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모든 공대가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자공학과에는 전공 포기자가 유독 많았다. 전자공학에서도 분야가 여럿 갈리지만, 다들 학문에 대해서 힘들어했다. 국영수만 죽어라 읽고 썼던 고3들이 정말 하고 싶어서 그 학과에 지원했겠냐 만은, 그 시절 가장 뜨는 학과, 유망한 학과중하나였기에 떠밀려 온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졸업하고 성공한 김밥집을 가업으로 물려받았다는 선배도 있었고, ( 나중에 이 형네 가게의 김밥 매출액을 듣고 나서는 그럴만하다 싶긴 했다.), 그냥 일반 은행원이 된 선배도 있었고, 4학년 때 옷가게를 열어 오픈카를 타고 온 동기도 있었다.
하여튼 이렇게 전공을 포기하고 타 직종으로 빠져나간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번엔 정말 잘 본 거 같았는데, 점수가 2점 모자랐다",
"한 4년 이렇게 준비하다 보니 다른 걸 할 수가 없다.",
"이미 전공을 살리기엔 너무 늦었다."
라는 말을 길거리에서 잠깐 만난 후배였던 나에게까지 하소연했던 그 형의 답답함이 묻어나던 말들이 생각났다.
난 그 형과 수업한번 같이 들어보지 않았고 엠티한번 같이 간적없는, 그 정도의 친분밖에 없었다.

책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하나에 모든 걸 걸어버린 사람들에게 퇴로란 없다. 이미 자신이 노력했던 모든 걸 부정하고 뒤로 돌아가기엔 이미 닳고 닳아버려 너덜너덜해진 정신은 그런 용기를 내어주지 않는다.
이미 한 발 한 발 나아가면서 스스로가 퇴로를 지우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리고 후회의 모양새는 거의 유사하다. 내가 더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귀결되며, 다시 고달픈 길을 휘청휘청 걷는다.
사실 이제 연락도 닿지 않는 선배의 얘기를 꺼내긴 했지만, 나 역시 퇴로 없이 가장 쉬운 선택을 하고 있다는 걸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workaholic처럼 일을 하는 것 역시, 여유 있게 주변 풍경을 보면서 다양한 선택지를 생각해 보고 걷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선택을 하고 있다는 걸..
무언가 불합리함을 토로하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내가 밥먹듯이 해주는 말이 있다. "6학년 짜리도 엄마 말을 안 듣는다." 이는 내가 처한 불합리한 상황을 탓하고 남을 바꾸려 들지 말고, 본인이 바뀌는 게 빠르다는 의미로 전달해 주곤 한다. 하지만 이 역시 항상 내가 나에게 하는 자책에 가깝다.
"스스로를 바꿔야 한다."..쉽지 않다.
좀 더 마음이 수양이 필요할까?, 무언가 나 스스로를 바꿀 트리거를 내가 당겨주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좀 더.. 그래 조금 더.. 넓은 세계를 알고, 보고, 내가 나를 바꾸는 시간이 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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