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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역시 채사장의 책을 읽었다.
사실 좋은 책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좋은 책의 정의가 먼저 필요한데, 내가 정의하는 좋은 책이란, 첫 번째 쉽게 읽히는 책이어야 하고, 두 번째로는 다 읽고 나서 나중에 다시 읽어야겠다고 다짐하는 책이다.


채사장의 책은 이 두가지를 훌륭하게 만족시킨다. 따라서 채사장의 책을 읽으면 한참 읽다가 책을 덮고 반납하는 경우는 없었다. 진리를 정해 놓고 이에 따라 결론을 내렸으니 이게 데카르트의 연역법적 추리인지 싶으면서도, 경험에 따라 결과를 찾았으니 이는 귀납법인 추리인가?

책을 대충 읽으면 이 두가지 상반되는 개념이 대략적으로 엉클어진 형태로 남는다. 그래서 한 번 더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책에서 데카르트와 베이컨의 얘기가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전 채사장의 책에서인가? ('열한 계단인지',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였는지... 아니면 '지대넓얕'이었던가?) 어디선가 아주 얄팍하게 고등학교 때 잠깐 스쳐갔던 철학자 얘기들을 전해주는데, 머릿속 한구석에 잠자고 있던 뉴런이 찌릿찌릿하게 울리며, 그때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 올려준다.

책과 관련없는 얘기는 각설하고, 이 책 역시 우매한 시민들, 아니면 아직 시민이 되지 못한 나와 같은 책이라면 전공서적만 주구장창 봐오면서 사회 돌아가는 현상 자체를 모르는 사람을 위한 길잡이 같은 책이다.

책 제목에서 직설적으로 알려주듯이, 교양을 전달해 주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 글귀 하나를 골라서 뽑아내기는 힘들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내가 이 책에서 뽑는 나의 원픽은 없다. 이쯤 되면 매번 책을 털어낼 때마다 원픽을 뽑는 게 "나 따위가?? 저자의 글을 판단하는 게 맞는가?"라는 합리적 의심을 한층 더 쌓아준다. 이 의심이 다 쌓여서 넘을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원픽을 뽑는 걸 포기하거나, 아니면 원픽을 뽑을 수 없는 전부 다 끌어안고 싶을 만한 좋은 책을 골라 읽는 현안이 생기거나 둘 중 하나이겠지.

이 책도 출퇴근길에 읽다보니, 한 달 반이나 읽었다. 이렇게 길게 책 하나를 보면 정말 남는 게 별로 없다. 그래서 프롤로그를 다시 읽었다. (원래 책을 읽을 때 책장 표지에 표시된 저자의 소개부터, 머리말, 목차, 맺음말, 마지막 가격표와 발간연도, 이 책이 몇 쇄인지 다 읽고 나서야 책을 털어낸다.)
아니 그런데.. 서문에 이런 내용일 적혀 있다.

<시민의 교양>은 다음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은 눈에 안 들어올 수 있으니 아랫부분은 건너 뛰었다가 이 책이 끝난 후에 다시 읽어도 괜찮겠다.

아니 이 글귀를 분명히 읽고 지나갔을텐데, 새카맣게 잊고 블로그에 쓰기 위해 다시 읽으면서 무릎을 탁! 쳤다니.. 이렇게 다 까먹을 거라면 전공 서적 보듯이 줄이라도 쳐 가면서 암기노트라도 만들어야 하나 싶은데... 하여튼 "세금, 국가, 자유, 직업, 교육, 정의, 미래"에 대한 짤막한 소개를 읽으면서 머리에 새록새록 내용이 떠 오른다.


책을 지금 다시 읽을건 아니지만, 이렇게 되면 "혹시나.. 또 놓친 게?" 싶어서 목차도 다시 읽어보니 역시나, 목차 밑에 한 줄로 정리된 문구들이 있고, 아.. 참으로 책이 배려심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다 읽고 나서 목차의 subtext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 책은 역시나 꼭 보기를 추천한다. 지대넓얕의 내용과 아주 많이 중복되고, 같은 사상을 공유하지만, 그 책을 읽었을때 내용이 얼마나 남았으랴?, 유사한 내용이더라도 자꾸 읽어 반복해 주면 머릿속에 속속들이 들어와 세상을 사는데 필요한 교양 있는 시민으로 거듭날지도 모른다.


프롤로그와 목차 사이에, 한장을 할애한 문장 하나가 있다. 이 역시 다시 처음을 펴보지 않았더라면 보지 못했을 구문인데, 이건 사진으로 남긴다.

그나저나 몇주전에 책을 샀다.. 지대넓얕 2권과 지대넓얕 0권.. (1권은 이미 있으므로)

다만 이 문구를 보니 다음번에 이 책을 다시 읽을 때는 구매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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